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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연기와 업종자의 저장 (3)

(해심밀경 5)

     여기서 아뢰야연기론을 설명하거나 제7,8,9식 등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 이유는 불교방송 자비의 전화시간에 많은 분들이 제8아외야식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유식학은 일종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과 같지만 근대의 심리학이 일어나기 천오백여 년 전에 이미 불교에서는 마음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파고 들어갔는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식을 보통 제6의식이 되지만 그 뒤에 7식, 8식,9식이라는 심층의식까지 생각했으니 얼마나 엄청난 마음공부 작업의 진전인가. 전5식  제6의식  제7말나식  제8아뢰야식  제9아마라식 등의 이름을 한번 들어 두거나 알아두기만 하는 것으로도 부처님과 조사스님의 깊은 가르침에 대한 찬탄이 되고 감사가 되고 공덕이 될 것이다.

     앞에서 업감연기론을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이 연기론이 설명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결과를 초래할 때까지의 업력이 어디에 보존되느냐는 문제이다.

업을 지으면 그 과보를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과보가 바로 오기도 하지만 여러 생 뒤에 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업력이 어디에 보존되느냐는 것이다. 업에 의해서 연기한다는 연기론체계에는 지어진 업이 보관되는 장소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제6식 외에 업력종자의 저장식인 제8식인 아뢰야식을 상정하고 우리가 행하는 모든 업력이 종자가 되어 아뢰야식을 상정하고 우리가 행하는 모든 업력이 아뢰야식 내에 보존되어 있다가 다음 인연을 만나 연기된다고 설명하는 것이 바로 아뢰야연기론이다. 연기의 주체가 아뢰야식이다 이 아뢰야식으로부터 만물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아뢰야연기론은 식의 종자를 중심으로 윤회의 과정을 설명하는데 크게 세 단계의 연기가 순환적으로 계속된다.

     세 단계란 우리의 일상생활 활동이 마음속의 종자식(種子識)을 훈습하는 것, 훈습을 받은 종자식이 우리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그리고 종자식이 다른 종자식을 배출하는 것이다. 업감연기론에 비해서는 아뢰야연기론이 보다 발전적으로 부처님의 연기법을 풀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조사스님들은 이 아뢰야연기론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보완으로 진여연기론과 법계연기론을 폈다.

배롱나무

< 배롱나무 >    /    도종환          꽃말 :    꿈 행복 웅변 수다스러움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 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로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지루하고 먼 길을 갈 때면

으례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 들면

건너편에서 말 없이

진홍빛 꽃수어리 덜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하던 일을 포기하고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