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안면암 일기] : {인간의 완성} 68 설산동자의 무상게 (2) 2022년 7월17일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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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7건 조회 196회 작성일 22-07-17 08:26본문

68
설산동자의 무상게 (2)
(열반경 4)
공장에서 일하는 청춘남녀가 연애를 했다. 연애의 많은 경우에서 어느 한 쪽이 권태를 내게 마련이다. 이 남녀의 관계에서도 남자 쪽에서 싫증이 났다. 더욱이 남자에게는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고 이해득실을 따져 볼 때, 새로 사귄 여자 쪽이 경제적 사회적 신분 면에서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남자는 먼저 사귀던 신분 면에서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남자는 먼저 사귀던 여자에게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여자는 청천벽력이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여자는 울부짖으며 남자에게 매달렸다. 남자는 그때부터 그 여자와 헤어질 궁리만 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사귀던 여자가 너무도 철저하게 길을 막고 달라붙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마침내 여자를 죽일 결심을 했다. 호수에 가서 배를 엎음으로써 여자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배를 빌릴 때에는 자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해야 하는데 가짜로 적었다. 자기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돌아선 것으로 생각하고 감격해 있었다. 해는 서쪽으로 땅거미가 질 무렵 호수 위의 분위기 속에서 여자는 행복해 했다. 여자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을 털어 놓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고된 인생, 남자가 헤어지자고 한 이후부터의 마음고생도 소곤소곤 말했다. 결혼한 후에는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 온 사랑을 다 쏟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남자는 뉘우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착한 여자를 죽이려고 했던 남자는 뉘우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착한 여자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던 자신에게 무슨 귀신이 씌지 않았는자 의심이 들었다. 한 인간으로서 이처럼 착한 여자의 마음을 자신에게 붙잡아 매어 놓고 헤어지겠다고 마음먹은 자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잘못했다고 말했다. 결혼해서 같이 살자고 말했다. 남자로부터 결혼이야기를 들은 여자는 더욱 감격하며 울었다. 그리고 감격 속에서 흥분했다. 조각배 안으로부터 벌떡 일어나 노를 잡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여자가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순간 조각배는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남자는 여자에게 바로 앉으라고 외쳤지만 흔들리는 배와 일어선 여자는 이미 균형을 잃고 있었고 배는 뒤집혀졌다. 깜깜한 밤의 호수에 그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여자는 전혀 헤엄을 쳐 본 적이 없었고 남자도 다른 이를 구할 만큼 헤엄칠 수 있는 실력이 없었다.
온 힘을 다해서 허우적거리던 남자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 혼자만 호숫가에 가장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조각배는 뒤집혀져 있었고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겁이 났다. 시골에 있는 어머니의 집으로 가서 숨었다.마침내 남자는 경찰에 잡혔다. 그는 고의적으로 살인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죽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문제 지점까지 이야기를 끌어왔다. 이제부터는 우리 모두가 같이 생각해야 할 차례이다. 먼저 우리가 사형집행을 앞에 두고 있는 그 남자라고 가정할 필요가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곧 죽어야 할 사람이 어떻게 설산동자의 게송이 전하려고 하는, 생사를 멸하고 적멸을 얻어서 즐길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한때 변덕을 부리기도 했고 또 사람까지 해칠 나쁜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호수 위에서는 본래의 자기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히려 여자에게 사과하고 결혼까지 제의한 터였다. 배가 뒤집힌 것은 순전히 여자가 감정이 격한 나머지 움직이려한 데서 일어난 사고였다. 그 남자가 살인죄목으로 사형을 당해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 우리 모두가 죽어야 하듯이 그 남자도 죽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남자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한때 여자를 죽일 마음을 낸 업보이다.
그 남자는 죽게 되어 있고 우리도 죽게 되어 있다. 인위적인 법에 의한 것이든지 생노병사의 자연법칙에 의한 것이든지 상관없이 사형선고를 받아 놓은 이 마당에 우리의 생사해탈은 이 시점을 기본으로 잡아야 한다. 설산동자가 얻은 게송의 첫번째 두 구절은 우리에게 죽음을 인정하라고 한다.
제행무상 시생멸법 즉 피어난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어떻게든지 살아볼 궁리를 하는 우리에게 모든 꾀와 계산을 버리고 항복하라는 셈이다. 좋아했다가 싫어지는 마음, 싫어했다가 좋아하는 마음,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마음, 없어졌다가 생겨나는 마음, 그 마음을 과감히 죽이지 않고는 참으로 좋아할 수도 참으로 싫어할 수도 없다고 한다.
사형집행을 당해서 타율적으로 죽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변덕부리는 삶의 원흉인 이 마음을 죽여야 한다.
마음을 죽이고 자기중심의 신경이 끊어지면 교수형 받을 때의 노끈이 목을 감을 때도 편안할 수 있을 것이다. 국부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은 때 내 살을 도려내어도, 사각사각 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게 교수형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재미는 마찰이다. 사랑은 마음과 마음, 몸과 몸의 마찰이다. 나와 자연과의 마찰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을 때 그곳에는 죽음이 없다. 피는 꽃이 반드시 진다고 해서 피는 꽃을 피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다. 피어나는 꽃에만 목숨을 걸면 죽임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꽃의 피고 짐에 상관없이 전체를 한꺼번에 목숨으로 살자는 것이다. 그 전체의 목숨이 바로 불성의 '나'가 아니겠는가. 그 꽃 목숨의 산을 넘은 곳에 생멸을 지운 다음의 고요를 즐기는 경지가 나타날 것이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오늘의 부처님 말씀>
모든 교만을 버리고
스스로 높은 체하지 말아야 한다.
< 별역잡아함경 >
< 현관 > / 이광 (지하철 역사에서)
문 밖엔
늘 헤쳐온 파도가 넘실댄다
바다도 물도 아닌
여기는 작은 선창
그물질
지친 몸 부릴
배를 댄다
집이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원추리꽃도 새삼스럽내요. 정신이드시면 방긋우스세요 병동에서 인물로 가우디잡아요 ㅎㅎ뽀얀하고 절대로 존대말하시는 습관적의 모습이 현실로이어지는 아름다움이지요 .누구나다격어야할 고비! 연생연멸의고비 ....ㄱㆍ통없이 훌훌벗고갈수있는연구하여 개발된다면얼마나좋을까요.오르도화이팅 하세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사람에게는 말의 품격이 있다고 합니다.
병동에서도 의료진의 존경을 받고 계시니 가히 참불자이십니다.
94세에 별세하신 저희 아버지께서도
아랫사람에게 반말하신 적이 거의 없으셨어요.
물론 인사도 항상 웃으며 먼저 하셨구요.
연생연멸의 고비라는 표현이 가슴을 치네요.
아!!! , , , , , ,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해탈심 합장
석원영님의 댓글
석원영 작성일
삼청동 칠보사 고 석주대종사님
항상 존댓말 하셨어요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참 좋은 도반, 정광월보살님!
여고시절에 한 번 뵈었던 석주 큰스님의 자비로우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50년 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님이셨던
일붕 서경보스님께서도
저에게
항상 존댓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일장일단이 있겠지요.
소중한 댓글 감사 감사드립니다. 해탈심 합장
석원영님의 댓글
석원영 작성일
서경보스님 큰붓글씨
용.구 액자있어요
선물 받았어요
원담큰스님 불이 도요
석주큰스님
자안애어 유라할아버지와 같이 뵈며 받았어요
미국 템플대학 학위
김용택교수.경보스님
전 이화여대 총장도 매스컴 통해
경보스님 원래 조계종
석원영님의 댓글
석원영 작성일
인천용화사 송담큰스님 조계종 탈퇴
그제자 하버드대 출신
불교티비서 영어로 선 가르침
어느날 불교전문서점 향전에서
베스트셀러 여러권 환속한 하버드대 스님 보고
많이 놀랐어요
오랫동안 신간.베스트셀러 책 눕혀 있었어요
근래엔 그책 보기 힘들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