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109. 사바라이 죄도 용서받는 이유(보살품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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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168회 작성일 25-05-31 08:05본문
109. 사바라이 죄도 용서받는 이유(보살품 4) 끝
지존과 죄인들을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사형집행을 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더 오래 살려 두면 최소한 밥은 먹여 줘야 하는데 쌀이 아깝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 지존파 사람들이 처음 붙잡혔을 때는 죄의식이나 반성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를 뉘우치고 담담하게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어서 빨리 저들을 처치하고 그 일을 잊고 싶어하지만 부처님은 죄인들을 벌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죄인들을 참회의 길 로 이끌어서 새 사람으로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죄인들이 제 정신이 아니어서 반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죽이는 것은 마치 술취해서 자기 정신을 잃고 많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을 술이 깨기 전에 사형에 처하는 것과 같다.
한 인간이 다른 이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법률의 이름으로 생명을 빼앗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형 제도에 대해 무감각하다. 부처님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는 사람도 진리의 해가 뜨면 밝은 광명을 보고 보리의 인을 지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각자의 속에는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깨끗한 불성이 간직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법률의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보리의 인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없애는 것이다. 진리의 해가 뜰 때도 그 광명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형폐지운동이 사형수를 보살피는 사람들만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부처님의 정법을 믿는 모든 불자들의 일이 되어야 하겠다. 모든 중생 속에 내재된 거룩한 부처님의 성품을 믿는다면 생명을 끊는 사형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서받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을 미워하기보다는 잘못에도 불구하고 보리의 인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마음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불리한 말이나 행동을 했을 경우 상대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서 용서하기도 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눈길에 미끄러져서 자동차 사고가 났을 경우 피해를 당한 쪽은 속상해 하면서도 상대의 잘못이 고의가 아닌 실수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고의로 해를 끼친 사람에 대해서는 용서하려고 하지 않 는다. 설사 머리로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가슴이 따라 주지를 않는다. 고의나 실수를 막론하고 상대의 잘못을 선뜻 용서해 주지 못하는 이유는 나를 지운 법신을 살지 않고 개인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 는 놈만 지우면 용서란 말을 쓸 것도 없이 용서가 된다. 그래서 《열반경》에서는 해가 뜰 때 극악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발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열반 즉 모든 육신적인 번뇌를 소멸하고 얻은 법신자리에서는 용서하거나 용서받는 사람이 모두 한 몸이 되기 때문이다. 끝
약사여래불 십이 대원 (藥師如來佛 十二大願)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가르침 ]
“ 남김없이 사변思辨을 털어버리고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수행자는
낮은 세계 높은 세계 다 버린다. 뱀들의 묵은 허물 벗어버리듯.”
<숫타니파타 - 사품 >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자는
다른 누구도 진정으로 믿지 못한다.”
- 장 레츠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윤병예 합장
원영님의 댓글
원영 작성일
창덕궁에 가다
ㅡ 만첩홍매
남택성
지난봄엔
창덕궁 만첩홍매가 쏟아내는
붉은 연서를 읽느라
자시문과 승화루 삼삼와 앞을 서성였는데
분홍빛 엷어지며
꽃진 자리, 연둣빛 차양은 어느새 초록이 되어
바람이 불 때마다 잔물결 소리를 내더이다
희우루 살구꽃 흰빛 아래 서서
담 너머 성정매를 보는 동안
그림자처럼 봄날이 지나가고
사백 년 동안 한자리에서 정진한
나무의 서체는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하고 한결같으니
이렇게 곡진한 사랑에
한 사람이 오래 울고 웃다가 갔다 하여이다
검고 단단한 표지의 서책을 열 때마다
누군가 읽다 꽂아놓고 간
서표에서 흘러나오는
묘묘하여 아릿한 향기
백 년을 또 이렇게 흘러가도 좋겠다 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