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 안면암 일기 } : <인간의 완성> 16 물빠진 가죽자루 (2) 2022년 3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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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1건 조회 284회 작성일 22-03-28 06:57본문
< 사십이장경 四十二章經 >
제2장
ㅡ 사문의 깨달음에는 네 가지 차별이 있으니 그 참된 이치에는 차별이 없음을 밝힘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집은 떠난 사문은 욕심을 끊고 애욕을 버려 자기 마음의 근원을 알고, 불도의 깊은 이치를 알아서 무위법을 깨달아, 안으로는 얻을 바가 없고 밖으로는 구하는 것이 없어, 마음은 도에도 얽매이지 않고 업(業)도 짓지 않으며, 생각도 없고 지음도 없으며, 닦는 것도 아니요, 증(證: 깨달아 몸소 가짐)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차례를 지나지 않고 스스로 가장 높임이 되니, 이것을 일러 도라 한다."

16
물 빠진 가죽자루 (2)
(장로니게 2)
옛날 저의 몸은 잘 다듬어진 황금막대처럼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주름
살로 전신이 꺼칠꺼칠합니다. 옛날 저의 두 다리는 코끼리의 코와 같이 탄
탄했지만 지금은 늙어서 대꼬챙이처럼 야위었습니다. 옛날 저의 두 발목
은 반들거리는 발찌를 차고 금붙이로 단장하여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늙
어서 참깨줄기 같이 말라붙었습니다. 옛날 저의 두 발은 솜버선처럼 희고
탱탱했지만 지금은 늙어서 트고 갈라져 쪼글쪼글합니다. 이와 같이 여러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 몸뚱어리는 늙고 찌들어서 온갖 괴로움
만 가득합니다. 그것은 칠이 벗겨진 황폐한 집입니다. 진리를 가르치신 부
처님 말씀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몸과 발로 내려올수록 야위고 탄력이 없는 것을 한탄한다.
요즘의 우리 한국 실정에는 살이 많이 쪄서 걱정이지만 옛날 인도의 상황에서는 바짝 마르고 주름진 것을 보고 무상을 느낀다.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노인은 살이 없어야 한다고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88세의 노보살님 한 분은 젊었을 때 뚱뚱했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숨이 차고 신장이 나빠져서 체중을 줄였는데 살쪘던 곳에 살이 빠지니 가죽만 축 늘어져서 마치 코트를 별도로 한 벌 거친 것처럼 보였다.
이 글 속의 여승도 늙은 나이로 젊었을 때의 자기를 회상하고 있다. 설사 지금의 한국에 산다고 하더라도 메마르고, 주름지고, 탄력없는 피부를 한탄했을 것이 분명하다. 몸과 다리, 발목과 두 발이 바짝 말라붙었다. 여러분 모두의 몸뚱이도 약 50년만 지나게 되면 이 여승의 몸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땅 물 불 바람 기운의 사대와 , 정신적인 요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이 몸뚱이는 차츰차츰 낡아가는 수레와 같고 칠이 벗겨지는 집과 같다. 젊은 시절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 여승의 회상을 들으면서 아직도 피부가 탄탄한 젊은 분은 '그래 늙으면 그만이야. 젊었을 때 젊음을 마음껏 즐겨야 해.'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몸이 늙음과 같이 그 즐김 또한 늙어버릴 것이라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 몸의 젊음과 내가 즐긴 젊음이 내 것이 아니고 나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라면 나라고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없다면 그 젊음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 있겠는가.
어떤 분은 '나에게 저 여승의 것과 같은 젊음과 아름다움이 다시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하고 생각해 보겠지만 똑같은 젊음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가정으로 더 이상 이야기를 진행할 필요도 없다. 설사 젊음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바로 시들어 버릴 것이다. 물빠진 가죽자루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의 질문은 '우리가 저 연로한 여승이라고 할 때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여승이 반복해서 말하는 것처럼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해탈의 길, 열반의 길을 닦는 것이다. 더욱 늙어지고 더욱 쪼그라들고 마침내는 흙이 될 장래의 나를 관하는 것이다. 자신을 여실히 관하는 것이 해탈을 향한 출발점이고 아울러 도착점이기도 하다.
< 선운사 점묘 > / 서정춘
동백숲이 정처(定處)다//
아껴서 듣고 싶은 철새가 운다//
울다가 그만 둔다//
귓속이 환해 진다//
동백꽃 그늘을 치고 동백이 진다//
할! 맞아 떨어진 점화(點火)를 본다.
< 동백 언덕에서 > / 양중해
십년 뒤에 동백언덕에 갔더니
동백꽃은 예전대로 붉게 피었더구나
전에 왔던 얼굴 기억해 두었다가
어찌 혼자 왔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 아닌가
그렇고 그렇다라고?더니
어찌 그럴 수가, 어찌 그럴 수가. . . . .
슬픈 것은 나인데
동백꽃들끼리 일제히 울음을 터뜨린다
십년전,
내가 동백언덕을 찾아갔던 사연은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백꽃들은 이미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었더구나



불보살님과
안면암 불자님들과 독자님들에게
봄인사를 서두르고 있는 백목련꽃봉오리

튜립의 새순들이 미리 반가운 인사를 드립니다.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내 허물을 가려 꾸짖어 주는
현인(賢人)을 믿고 따라가라
그는 보물이 묻혀 있는 땅으로
가난한 나를 이끌어 주는
위대한 은인이다
ㅡ < 법구경 >
< 봄 일기 > / 이해인 수녀님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의 근심 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언제나 신선한 설레임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빛이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