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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스님 {안면암 일기 } : < 090 무無 2 > 2022년 1월 20일 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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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5건 조회 1,390회 작성일 22-01-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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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구경 >

363

비구는 마땅히 입을 지키어

말이 적고, 무겁고, 또 부드러워서,

법의 뜻을 그 속에 나타내 보이면

그 말은 반드시 달고 맛난다.


어떠한 '아니오' 속에서도 '예'를 들을 수 있고,

어떠한 '예' 속에서도 '아니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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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무無   2

앞에서 우리는 무사상의 무분별, 무사량, 무심, 또는 무념의 측면을 살핀 바 있다. 분별심의 한 예로 신창원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마음을 들었다. 분별심의 한 예로 신창원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인 마음을 들었다. 국민들의 감정적 동정심과 이성적 죄인 규정이다. 이를 본 독자들 가운데는 전화를 걸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이냐?"고 힐난하는 이도 있었다.

    무사상은 바로 다양한 측면의 사안 가운데서 한 측면만을 붙잡아 그 사안 전체를 하나의 측면으로 묶어 버리는 우리의 마음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예전에 공부한 바 있는 일념삼천一念三千 관법觀法은 한마음에 지옥에서부터 부처까지 열의 단계가 있고 , 다시 각 단계에 또한 열 단계가 포함되어 있다고 관하는 것이다. 지옥에 부처가 있고, 부처에도 지옥이 있다는 뜻이다. 신창원의 지옥 악행도 인간계의 우리가 느끼는 고통, 절망, 분노, 파괴심, 헐떡거림, 방황, 반항을 드라마처럼 보여 주었다. 죄인에게도 우리의 마음이 있고 , 감옥 밖에 있는 우리에게도 죄인의 마음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신창원이 가진 지옥의 마음속에도 막연하나마 부처를 향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러니 그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들어서 전체를 미화美化하거나 추화醜化할 수가 없지 않은가.

   무사상의 둘째 특징은 "무일물無一物" 즉 "마음밖에 본래부터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한 물건도 없다."이다. 불교의 연기법이나 공사상은 필연적으로 보든 사물의 영원한 존재를 부정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반드시 다른 것에 의존해 있고, 또 그 의지처 역시 다른 것에 의존해 있다. 모든 것이 서로 기대어 있음으로 그 가운데 어느 하나만 변해도 다른 것은 따라서 변한다.

    우선 시간과 우리의 마음은 세상이 의지하는 기본이다. 이 둘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는 과정에 있을 수밖에 없다. 사물은 사람이 제멋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부귀, 권력, 명예, 승리, 성공, 행복 등의 개념과 단어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다. 본래부터 있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있을 수도 없다.

    "무일물"에는 이미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무상無常과 고정적이고 실체적인 나가 없다는 무아無我가 전제되어 있다. 시간적으로 무상하고 공간적으로 무아라면, 어떤 다른 것을 꼽아서 있다고 하겠는가.

     하루살이의 태어남과 죽음은 하루 만에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봄에 피는 꽃이 시든다거나, 여름에 무성하던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이 든다는 것은 바로 볼 수 있다. 병들고, 늙고, 죽는 것이라든지, 돈과 권력의 무상함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저 변화의 주기가 길 경우에 문제가 생긴다. 임기5년을 보장받은 대통령이 취임할 때도 그 초기에는 권력이 영원불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만약 변화하지 않는 기간이 백 년이 넘는다며느 우리는 무일물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무일물은 이 진리를 가르치고자 한다.


    그런데 사물이 앞으로 겪게 될 모든 변화의 단계를 알아차려서, 그것들을 현전의 사물에 끼워서 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구태여 무일물이라고 할 것이 없다. "유일물" 즉 "한 물건이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선에서는 "유일물"을 내세우고 "그것이 크기로 말하면 우주보다 더 크고 작기로 말하면 가장 작은 티끌보다도 더 작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다른 방면에서 "유일물"을 말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서 깃발이 펄럭이고, 세월이 무상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음이 변화를 일으켜 보는데 문제가 있다. 강물이 한 찰나도 쉬지 않고 흐르고, 생사가 시시각각 벌어지더라도, 세상은 항상 그대로 여여할 것이다. 묘하게도 "한 물건도 없다."는 말과 "한 물건이 있다."는 말은 통하게 된다.



<  눈 오는 풍경  >   /  윤동주 동시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  눈 오는 날  >    /  서윤덕


눈이 부시도록 하이얀 세상이다

아픈 곳 만져주고

추운 곳 덮어준다

자연을 보며 더 많이 감동하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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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풍경소리 ]


<  화가 날 때  >  /  고대승 (재가수행자)

화가 나서

한번 치받으려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행복할까?"


<    옹이    >    /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은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ㅇㄷ님의 댓글

ㅇㄷ 작성일

모든 것이 서로 기대어 있음으로 그 가운데 어느 하나만 변해도 다른 것은 따라서 변한다.

제행무상
깨닫기 쉬운듯 하면서도 어렵습니다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ㅇㄷ님!~

우주의
모든 것은 서로 기대어 있고 서로 영향을 받는다는
연기론처럼 완벽하고 과학적인 것은 없습니다.

내가 행복하면 가족도 이웃도 사회도 행복해집니다.
더불어 온 세상이 점점 더 밝고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흰눈덥힌  절 마당에무엇인가  그리고 십고  한글자라도 써보아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십고  전하고 십은  내음을  하얀  눈속에  무언으로    전합니다  .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이아름다운 세상에  우리의 진리로  이어져가는 지금  그냥  행복  하다고요  !    법화경  여래수량품  제16품  에서일체대중에게  여등은  진실한  말씀을  모셔라    여래의  진실한  말씀을듣고  행하라  .  마땅히  여래의  진실된  말씀듣고  믿고들어라  오직  설법하소서    마땅  히  비밀  신통  지력을    사계사철  다짐하고  다짐하노라  .  아뇩다라  삼약 삼보리  이후 끝간데가없는  과거서부터 이미마쳤다하셨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생기발랄하신 큰보살, 원만행보살님!~

상상력과 감수성이 뛰어 나십니다.

글쎄요. 저는 문득  #자비심이라고 쓰고 싶어 지네요.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