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86. 법신상주를 모르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사제품 2) 끝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2건 조회 212회 작성일 25-01-28 08:38본문
86. 법신상주를 모르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사제품 2) 끝
무명 즉 어리석은 마음은 갈애 즉 목마른 사람처럼 집착의 욕심을 내는 데서 생긴다. 그 갈애는 또 어디에서 생기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무명이 갈애로부터 생긴다면 갈애가 생기는 원인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간단히 대답한다면 갈애의 원인은 다시 무명이 된다. 사람은 욕심이 있을 때는 처한 상황을 바로 보지 못하고 어리석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의 마음이 어리석을 때 자기 분수를 모르는 욕심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다면 무명이라는 어리석은 마음은 욕망을 불붙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반대로 인간의 욕심은 사람의 눈을 가려서 마음을 어리석게 한다는 말이다. 무명과 갈애는 고통을 일으키게 하는 기본적인 원인이다. 이 두 단어의 관계를 말한다면 무명은 갈애 때문에 생기고 갈애는 무명 때문에 생기며 다시 무명은 갈애 때문에 생긴다는 식으로 무한히 상호원인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다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이 가진 무명의 어리석음과 갈애의 집착은 도대체 어디서 이어져 왔느냐는 물음 이다. 교리적으로 간단하게 대답한다면 혹업고(惑業苦) 삼도(三道)에서 찾을 수 있다. 미혹의 갈애는 삼도의 혹에 해당된다. 이 미혹의 원인은 전생이나 금생의 업 즉 습관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미혹의 원인이라고 하는 업은 어디서 생겨났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할 때 현대인들은 서양 종교에서 흔히 쓰는 최초의 조물주 같은 것을 기대하지만 불교는 그런 식으로 풀어 가지 않는다. 직선적이 아니라 순환적으로 생각한다. 미혹의 원인이 업이라면 업 위에 다시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미혹에서 업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갈애의 무명 또는 무명의 같애 때문에 업을 짓게 있고 업의 습관 때문에 무명의 갈애나 갈애의 무명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고통이 생기게 하는 원인을 무명과 갈애에 돌리고 갈애의 원인은 무명에 돌렸다. 또다시 무명과 갈애를 뭉쳐서 이 두 가지의 원인을 업에 돌렸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다시 업의 원인을 무명에 돌리고 보니까 이리저리 원인을 돌리기만 했을 뿐 참으로 근본적인 뿌리를 파 내지는 못했다. 부처님은 고통을 만드는 원인으로 사람들이 열반한 부처님의 법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들고 있다. 부처님의 법신이 한 우주적인 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논리는 개인적인 몸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부처님의 법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개인적인 몸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는 것을 지운다는 말이다.
앞에서 고통의 원인으로 무명·갈애·번뇌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들먹였지만 한마디로 말해 그것들이 생기는 가장 원초적인 원인은 바로 '나'와 '내 것'을 앞세우는 우리의 마음에 있다. 나와 내 것을 지우면 모든 고통의 원인이 해소되기 때문에 부처님은 자질구레한 설명을 생 략한 채 다짜고짜 항상한 법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부처님처럼 육신을 지우고 열반에 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이 육신을 가지고 재미있게 살아볼 궁리를 하는 낮은 근기의 사람들이다. 때문에 우리의 근기를 전제로 해서, 어떻게 하면 고통의 원인을 지우고 열반의 맛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해야 한다. 끝
- 이전글{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법신상주를 아는 것이 괴로움의 소멸(사제품 3) 1 25.01.29
- 다음글{설봉스님의 안면암 일기} 86. 법신상주를 모르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사제품 2) 3 25.01.27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 오늘의 부처님 말씀 }
“ 밝게 깨달으면 금강산의 모든 모진 바람도 흔들 수 없는 것과 같고,
밝게 깨닫지 못하면 갈대꽃이 모진 바람에 휘날려 공중에서 떠도는 것과 같다.”
<오사비바사론>
[선시(禪詩)]
*** 석지현 스님의 선시집에서 ( 현암사)
<마음뿌리 가꾸어>
-경허 성우
마음뿌리 가꾸어 가지와 잎에 이르렀으나 빠른 바람 힘센 비에 어린 가지 꺾이네 뒷날, 푸른 구름 속에서 긴 가지 흔들릴 때면 신선의 피리 소리가 이곳을 지나가리.
「詠蓮離種樹栽花 영연은종수재화
培養靈根上達枝 疾風暴雨不須垂 他年高拂青雲裏 倘有仙笛過此吹
배양령근상달지 질풍폭우불수수 타년고불청운리 당유선적과차취
=출전 경희집
### 주
-배양(培養): 심고 가꾸다.
ㆍ달(達): ~에 이르다.
·질풍(疾風): 속도가 빠른 바람.
·불수수(不須垂): 가지를 뻗지 못하다.
·불(佛): 휘날리다. 나부끼다. 얇게 스치다.
·당(偽): 아마, 혹은
ㆍ선적(仙笛): 신선이 부는 피리.
해설-
연은(蓮隱)이라는 승려가 나무와 꽃을 심는 것을 보고 읊은 시다. 지금은 비록 어린 나무라 비바람에 시달리겠지만 마침내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 학을 탄 신선이 피리를 불며 이 나무 위를 지나갈 것이다. 우리도 이 나무처럼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비록 나약한 인간이지만 부지런히 갈고 닦아 수행의 내공이 쌓이면 마침내 저 불멸의 하늘(열반)에 닿지 않겠는가.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윤병예 합장
석원영님의 댓글
석원영 작성일
바람
김춘수
자목련이 흔들린다.
바람이 왔나 보다.
바람이 왔기에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
자목련까지는 길이 너무 멀어
이제 막 왔나 보다.
저렇게 자목련을 흔드는 저것이
바람이구나.
왠지 자목련은
조금 울상이 된다.
비죽비죽 입술을 비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