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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자: 산 부처 그물버섯 옆에서 빠져드는 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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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게시대행 댓글 3건 조회 20,361회 작성일 19-11-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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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별미 '그물우산버섯' (독일 이름; Morschel) 삼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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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가물어서 버섯 훙년인 줄 알았었다. 그런데 메스컴에서 버섯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첫 서리가 내린 독일의 타우누스라는 가을 산으로 부처신랑과 같이 버섯을 따러 갔다. 금년에는 여러 가지 핑계 (사실 핑계는 하기 싫다는 단어다! ) 로 버섯 한번 못 따고 지내왔다. 간밤의 꿈에 버섯을 많이 따는 생생한 꿈을 꾸고 나서, 오늘 그 꿈의 그 장소에 갔더니 거짓말같이, 그 버섯들이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우릴 반겨주고 있었다. '그물우산버섯' 은 그 단어처럼, 그물로 우산을 짠 것처럼 보이는, 냄새가 (향기) 독특하며, 기둥은 두꺼운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같이 생겼다. 상기의 버섯은 훈련 받은 돼지들이 땅을 후비고 파오는 '투륫펠' 다음가는 버섯으로, 갖은 요리 소스에 조금씩 넣어서 쓰는 희귀한 버섯이다.


어느 복덕방을 하던 지인이 알려주어서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따다 먹는데, 날 것보다 잠깐 데쳐서 햇볕에 말려서 두었다가 버섯이 귀한 겨울에, 물에 불렸다가 요리를 하면, 아주 쫄깃쫄깃하고 향이 독특해서, 누구나 감탄을 하는 좋은 도반 이다. 부처 신랑은 내 꿈을 믿지 못하고 '이 추운데 무슨 버섯 따기냐?'고 투덜거리더니, 없으면 체면이 안서니 일부러 바구니를 준비 안하고 갔다가, 자동차에 있던 플라스틱가방(버섯이 숨을 못 시니 권장하지 않는..) 에 잔뜩 따오며 버섯 삼매를 체험하고, 태국의 유명한 '아잔브람' 큰스님의 의 '위빠사나명상, 을 모르고도 자연스럽게 선정에 들었다고 했다. 금년에는 늦게나마 독일 산이 온통 버섯 천지였다. 세상에 불필요한 정신과 물질은 없다고 했던가.. 독버섯, 먹는 버섯들이 서로 공동으로 나누며 오손 도손 살고 있는 자연이 아름다고 고마웠다.


이런 우리 자연이 파괴되고 공기가 오염되고 인간이 멸종된다고, 영국에서 부터 시작하여 세계 각국에서 불교인들 까지 많이 모여 데모를 많이 하고 있다. 이른바' 멸종 저항 .Extinetion Rebellion' 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우리 무명인간들의 탐진치로 인해 자연과 지구의 인간이 머지않아 멸종될 거라는 우려와, 예방을 위한 일종의 계몽 운동이다. 재미 있는 것은 파리에서 발가벗은 나체들이 국회 회의실까지 나가서 데모를 해서 경종을 울렸고, 세계 각국의 어린 고사리 학생들도 수업을 포기 하면서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데모를 계속하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다.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이 육체적, 정신적인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에 만족을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부끄러움이고 수행 부족이라고 본다. 우리 부부도 금년에 한국에 가을 휴가를 갔었는데, “물 좋고 공기 좋은 우리 삼천리 금수강산 만세” 라고, 어릴 때 수없이 노래를 불렀었는데, 자주 '미세먼지가 많으니 마스크를 쓰라' '수돗물이 황토 물이니 사서 마셔라'고 해서 정말 슬프고 답답했다. 그리고 버리는 음식과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50년 이상을 산 독일에서 나를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면, 내 조국( ...불 명예스럽게 하야 한 전 법률 조국이 아님.. ㅋㅋㅋ) 인 한국에 칫솔만 가지고 가서 여생을 보내며, 부족하지만 내가 서양에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알려주며 보람 있게 노후를 보내고 싶었는데, 이젠 다른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살 곳을 찾아야 하는, 나 만의 사치 스런 번뇌가 생겼다. (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따 온 버섯부터 맘껏 즐기고, 현재 이 지금을 최고로 살며 즐길 일이다. 오늘 위빠사나(미얀마의 수행 명상 방법으로, 부처님의 경전과 경험으로 알려진, 현상을 분석적으로 관찰하고, 마음과 몸을 쉬고 고요해 지는 방법) 의 선정에는 못 들었어도, 사마타(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며 삼매를 얻는 수행법) 에라도 들어서, 존재로서의 탐욕을 다 내려놓고, 명상을 해서 황홀하고 행복 해져야겠다. 오늘 우리 부부의 '그물우산버섯명상' 도 아주 근사했다. (웃음) 계속해서 팔정도, 삼법인, 사성제를 기초로 수행해서, 남은 몇 년 이생에, 꼭 해탈 열반을 이룰지어다. 아까 잠깐이나마 이루었던 집중 삼매에게 미안하게 또 다시 맘이 갑자기 급해지네. 아이구 !! 부끄럽다 !! 산부처 '그물우산버섯' 고마워.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


2019년 11월 25일, 독일의 소양자


댓글목록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

무상이라더니,  상기의 그 찬란했던 버섯들이  벌써 다 사라졌네요.... 우리 인생도 이렇게 자연처럼 , 운회를 하고 , 조건과 상황에 따라 변하고 상생하나봅니다. 짙은 안개와 뼛속까지 스며드는 독일추위에,  지혜와 자비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긍정적인 오늘이 되시길 빕니다. 제 맘속에는 벌써 안면암의 지장보살님께서  온화하게 웃고 계십니다. 만수무강하소서....    독일의 자연심합장

ybr님의 댓글

ybr 작성일

부처신랑님의 플라스틱  상자를 보니
꿈을 믿고 결행하신 보람이 있으셨습니다  ㅎ

사이좋게 공존하는
독버섯 색깔이 아주 곱네요.


맛있는 그물우산버섯 많이 드시고

건강하신 몸으로
#한독 문화 행사  성황리에 잘 거행하시길  비옵니다.


무상을 가르쳐 주는
그 버섯 내년에는 더 많이 따십시오. ^^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

해탈심대보살님, 감사합니다. 한독문회행사는 아주 잘 했습니다. 문화회관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 90세 이상이 된 분도 많아요) 직접 묘기를 보여주고 선생님들과 같이 열심히 배운 것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중상사고로 멘탈로만 동참했지만 아주 보람이 있었습니다. 다사다난하고 많이 성장하게 한 금년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네요. 추위도 왔습니다. 부디 건상하세요. 독일의 소양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