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주: 꽃대궐 안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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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게시대행 댓글 3건 조회 27,656회 작성일 20-01-19 05:15본문
꽃대궐 안면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꽃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 이 노래를 즐겨 불렀었는데 어느 결에 별로 들리지 않게 되어 나도 잊고 지냈었다.
그렇게 3~4십년이 흐른 것 같은 어느해, 대학 시절 은사님의 팔순 잔치에 참석하게 되었다.
노래 좋아하는 국민성에 따라 흥이 오르면 노래가 아니 나올 수 없다. 자연히 주인공 교수님께 노래를 청하게 되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수염까지 눈빛처럼 고운 선생님께서 일어나시더니 <나의 살던 고향은 ~~ >하고 노래를 시직하셨다. 좀 고급스런 아리아 같은 것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이 처음엔 다소 심드렁하게 듣는 것 같았는데, 잊고 지냈던 이 노래가 老 교수님의 카랑한 음성으로 불려질 때 참석자 모두에게 잔잔한 감동이 고르게 전파되었는지 교수님의 노래가 끝난 후에도 이 노래는 우리들 합창으로 이어졌었다.
지난 동짓날, 맛 있는 팥죽을 호호 불며 배 불리 먹고 나오면서 경자년을 맞이할 안면암 달력 두 장을 얻어왔다.
함께 갔던 아들은 무심히 운전하며 귀가를 서두는데, 뒷좌석에 앉은 나는 달력 표지 사진을 어떤 감회를 안고 보고 또 보았다. .
내가 안면암을 처음 찾았을 때는 2000년 9월 24일이었다. 예순 넘어서 홀로 남겨진 사람은 과부측에도 못든다는데 홀로 남겨진 나를 위해서 막내 동생 내외가 나를 나들이 시켜 줄 때였다. 그 때, 안면암 구성 전각이 무량수전과 삼성각만이었다.
우리들의 큰 스승 석지명 스님께서는 먼거리에서 찾아오는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쇠게 해 주시려고 높은 언덕에 원두막을 지우셨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땅이 도유림이라는 이유로 바로 철거 당하게 되었다. 일진행 김순복 보살님등이 군청 관계자들을 설득하여 마침내 원두막 터가 우리 안면암 땅이 되었고, 스님께서는 그 자리에 비로전을 일으키셨다.
석지명 스님께서는 그 원두막 터에 비로전을 세우시면서 그 주변 잡목이 욱어진 느레바위 땅을 불도져로 깎고 긁고 밀어내어 평지를 이루셨다. 스님께서 청정심 각운행등 보살 대여섯 명을 데리고 약 40분 거리에 있는 묘목장에 가셔서 벗꽃 묘목을 고르라 하셨다. 나무 키가 오선주 머리 쯤에서 가지가 세개 정도 뻗은 것을 골라서 붉은 리본을 묶으라 하셨다. 그 리본이 우리가 구입하기로 계약한 표시이다. 겨울이 다가 오는데 고운 흙 한점 없는 매마른 느레바위 구덩이에 나무가 심어졌다. 나는 내심 걱정이 컸으나 스님께서 하시는 일이라서 아무 말씀도 못했었다. 다만 안면암에 갈 때마다, 봄이 가까이 다가올 수록 더 자주 벗꽃이 움 트는가를 부지런히 살피고 다녔다. 어느 듯 봄햇살이 따사로워지고, 스님께서 벗나무 활착율이 80%는 된다고 기뻐하셨다. 스님께서는 홍매화를 좋아하시는데 벗꽃 실패한 자리에는 다시 홍매화를 심으셨다.
이어서 봄새에는 철쭉 5천여구루를 비로전 앞 내리막 언덕 일대에 심으시고 공양간 앞 바다로 내려가는 길새에도 촘촘히 심으셨다. 날이 가물어 흙먼지가 날리는 땅에 심었으니 스님 걱정도 크셔서 밤새 물주기를 독려하고 다니셨다.
공양간 동백은 이미 심어져 있었는데, 오여래 삼쌍탑 뒤에 있는 동백나무들은 이 때에 심어졌었다. 색갈을 장단 마추듯 피는 개나리는 자연생으로 보이는데, 개나리가 벗꽃 속에 섞여 피면서 우리 안면암 봄 풍경을 더욱 화사하게 해 주고 있다.
경자년 안면암 달력 표지 사진을 보면서 석지명 큰스님께서 우리 불자들을 위해 애 써 꽃 동산을 가꾸시고 꽃대궐을 이루신 그 크신 사랑에 업드려 감사 드린다.
2020. 01. 19.
무진성 오선주
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존경하는 오선주 보살님!~
이 세상 그 뉘라서
이처럼 수려하고 충심의 글로
안면암의 역사를 증명하고 알려 주겠습니까?
도반님들이 모두 잘 아시다시피
우리 안면암의 산 역사이며 산 증인이신
화엄성 이사장님을 비롯해서 수심화 회장님 등 등
여러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다들 연로하시고 건강이 여의치 못하십니다.
자유게시판에 게시하셨던 다른 글을 통해
안면암이 꽃대궐되는 과정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저뿐만 아니라
보시는 분들마다 더 한층
우리 안면암에 깊은 애정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석지명 큰스님과
★설봉스님과
수많은 안면암 신도님들이
합심하여
이룩해 내신
우리 {꽃대궐 안면암}은
이 사바세상에서
영원토록
찬란히
★화엄세계를 보여 주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오선주 대보살님께
진심으로 깊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경자년 새해 달력을 보는 순간 뇌리에 스친 큰스님의 사랑과 노력 이야기를 썼습니다.
저로서는 감사의 념을 담았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큰스님의 뜻을 받들어
안면암 경내를 아름답게 가꾸어오신 설봉 주지스님의 공덕을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세월이 많이 흐르며 변하겠지만 두 분 스님의 향기는 오래 남을 것입니다.
오 선주 합장
정광월 합장님의 댓글
정광월 합장 작성일
수필.시.법학
모든 분야에 가지신 분
안면암에 불이탑 세우신
많은 불사 동참하시고
금강경 사경도
지장대원 탑에
봉안하시는
건강하셔
꽃피는 안면암
자주 왕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정광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