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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초라한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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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탈심게시봉사 댓글 9건 조회 61,799회 작성일 20-03-3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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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초라한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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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알뜰살뜰하셨던 엄마(1997년 작고)가 가계부로 쓰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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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총명하셨던

엄마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쯤 아니 어쩌면 그 전에 써놓으셨던

달랑 한 장뿐인 자서전 메모입니다.

병환이 깊어 맞춤법도 한자도 틀리시고 사투리가 나와 보시는 분들께서

이해하기가 힘드십니다.


촛점은

아버지께서 가장 오래 근속(6년 이상)하셨고,

우리 6식구가 유일하게 모두 모여 함께 살았던

충청남도 홍성군 K초등학교 사택에서의 생활에 맞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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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저에게  소중히 간직하라고  주신 엄마의 마지막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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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초라한 자서전 ㅡ


몇 달 전, 어느 TV 프로에서

노년의 보통 사람들에게 자서전 쓰기를 권하는

TV프로를 지나치며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마감을 앞두고

칠십이 좀 넘긴 할머니가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는 것이었는데

재방송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보름 전쯤,

제가 존경하는 안면암의 살아 계신 전설이신

오선주 보살님의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부제의 성공 스토리 자서전을 진한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우리 엄마의 초라한 자서전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간경화증으로 20년간 투병하시다

혼수상태에서 여러 번 성모병원에 입원하셨던

우리 엄마는 치매라는 단어를 가장 싫어하셨습니다.


23년 전 어느 날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한달 쯤 되었는데 유품 정리하면서

이 두툼한 낡은 노트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저는 

무심히 흐르는 세월 탓인지

이 노트의 존재와 내용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훌쩍 넘어가 버린 어느날

혜성처럼

또다시 저의 눈 앞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없는 집안의 가보 샅샅이 찾듯이 저의 의식을 총 집중해서

노트를 한 장씩 조심스럽게 넘기는데

앞쪽에서는 아무런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끝까지 천천히 넘깁니다.

뒤쪽엘 펴보니 아이구!~~~   엄마야!~~~ 

그 동안 찾고 찾아

안방을 온통 뒤졌던 이 단 한장의 메모가 나타나신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앞에서부터 펼칠 때는 안 보이더니 .


반대로 했더니만!!!

비로소 . . .

 

다른 페이지 쪽도 열어 보니

제가 십수 년 전 동사무소 혜택으로

일만 원에 처음 동생과 컴퓨터 배울 때  (1개월 과정) 가지고 다니던 노트였습니다.

새 노트나 다이어리도 많이 있는데

왜 하필 엄마의 이 낡은 노트를 들고 컴퓨터 교실에 다녔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두 살 적은 여동생은  총기가 아주 좋아 수업을 잘 따라 가는데

저는 어찌나 둔재인지 동생과 옆 사람들을 귀찮게 했었습니다.

컴퓨터 수강 마감을 일주일 정도 남기고

제가 단체로 필리핀 봉사를 다녀 오는 바람에 더더욱 따라 가기가 벅찼었답니다.

이 노트 사용한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나이 칠순을 목전(目前)에 두고

기록의 소중함을 절감하면서

인간의 기억이란 별로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요샌 더 자주 느끼고 살아갑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한달 전쯤입니다.

몸에 기력이 쇠진해서 심한 두통에 시달리시던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뜬금없이 돌아가신 이모들 얘기를 꺼내시며

"아! 이제 철 들었나봐! ~~~   나!~~

철나자 망녕나고, 철나자 죽는다더니 나 이제 철들었나봐!~~

.......................

그 때는 그런게 죄인 줄 몰랐어. 정말 몰랐어."

드디어

운명의 1997년 7월 21일 무더운 장마철 여름 밤!

간 혼수상태에서 저승잠만 주무시던 엄마는 

갑자기 온 정신이 돌아와 각막염으로

마치 썩은 동태 눈 같던

커다란 두 눈이 별빛처럼 맑고 반짝이는 눈이 되셨습니다.

이른바 회광반조(廻光返照)였습니다.  

그러시더니

무언(無言)의 눈빛으로 

12명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지극한 이별 인사를 하시고는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 싸여 아주 편안히 하늘나라로 올라가셨습니다.

밤 2시!

그렇게 정많고 철없던 엄마는 육체의 아픔과 고통을 벗어 던지시고  훨~   훨~~


울엄마가 잘난게 뭐 있다고,

자랑할 게 뭐 있다고,

  

언감생심 거창한 자서전을 쓰시려 한 건 전혀 아니시겠지요.

언제 다시 간성 혼수가 찾아와서

우리들과 헤어져야 하실지 모르니까

지난 일을 회상하며 잘못을 회개하고 참회하려고 하셨겠지요.

아프고 나쁜 기억들은 모두 완전히 떨쳐버리고,

좋았던 행복했던 추억들만 소중히 간직하고 떠나시려하지 않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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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53년 생인 저의 68세 음력 생일입니다.


지금은,

중병으로 오래 고생하시던

엄마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며  가장 좋아하시던 봄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코로나19역병이 창궐하여

전 세계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으며

그야말로 봄은 왔어도 봄이 오지 않았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니다.


93년 전, 이 땅에 태어나신 엄마!

엄마의 탄생이 있었길래 아버지를 만나셨고,

저의 오늘이 존재합니다.


또 앞으로 엄마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이어질 것입니다.

엄마의 그 가없는 모성애와 인정, 휴머니즘으로...

 

특히 키 작고 심성 여린

저를 위한 끝없는 사랑과 보살핌은 죽는 날까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살아계실 때보다

하늘나라에서

자식들을 더 끔직히 사랑하시고 챙기실 우리 엄마!

한 번도 사랑한다고 입 밖에 내어 보지 못해서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엄마 ! 사랑하는 우리 엄마! 

우리들 사남매  올곧은 사람으로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을 나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주셔 대단히 감사합니다.

 

엄마 덕분에 엄마 아버지의 후손들도 판박이처럼 잘 살고 있습니다.

 


엄마의 육신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나셨을 지라도

엄마는 아직 우리 곁에 살아 계십니다.

제 꿈에서는 언제나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만 보이십니다.

우리가 엄마를  추억하는 한 엄마는 우리와 함께 영원히 살아 계신 것입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엄마가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아니 더더욱...사랑합니다.



오늘 새벽 일찌감치

저에게는 진정한 봄이  찾아 왔습니다.

영광스러운 생일 축하 카톡을 받았으니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의 봄날들이 영원토록 계속 이어질 것만 같습니다.


이제 곧

우리 사바중생계에서도

희망의 새로운 봄이 모두 다 함께 시작되기를

불보살님 전에 간절히 간절히 축원드리겠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 마하살

                        나무 관세음보살 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안면암의 벚꽃 몽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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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의 애들이

커다란 선물 상자를 머나먼 여기까지 보내 주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

더욱 행복한 봄날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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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돌아가신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려 했으나
시간에 쫒겨 아직 끓이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받은 미역국 대단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一語成讖님의 댓글

一語成讖 작성일

보살님께서 자당(慈堂)에 대한 추모의 회고록을 쓰신다면 어머님이 못 다 쓰신 자서전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ybr님의 댓글의 댓글

ybr 작성일

자상하신 一語成懺님!~

가장 먼저 달려와 주셨으며
살가운 댓글을  베푸셨으니
우리 엄마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재능이 없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진심어린 관심과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박학하시면서도
불심이 깊으셔
어떤 분이실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

소양자님의 댓글

소양자 작성일

해탈님 대보살님, 생일축하합니다. 어머님의 자서잔이 아주 훌륭하십니다. 정말 다정하시고 지혜로우신  어머님과 아버님 ,형제들을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세월은 가고 기억들만 남지만 , 그래도 삶은 아름답지요?? 슬프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한 어머님의 자서전이 너무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보살님께서도 계속해서 건강하시고 하시는일이 모두 다 잘 풀리시길 기원합니다. 아직도 코로나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에서 맘의 꽃다발을 보내드립니다. 소양자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소양자 대보살님!~
상상하지도 못했던
극찬을 받다니 너무 민망하고 송구스럽습니다.
훌륭하다는 말씀은 가당치 않습니다. 정만은 무척 많으셨지요.
보살님의 구구절절이 저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셨습니다.
덕담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에서 하루속히 해탈되기를 비옵니다.
맘의 꽃다발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도 보살님의 생신에 맘의 꽃다발 꼭 드리고 싶습니다.            해탈심  합장

원만행님의 댓글

원만행 작성일

68세  생신을 축하드리며!  청허가 로  선물할게요.  군포금혜의  장송      장송혜불가심  아장가혜  좌녹수    녹수혜 청허심    심혜 심혜    아여군혜    서산대사  님의    !      마음이여  마음이어라    나와 다만  그대로구나!          그대 거문고  안고  소나무의지하니  긴 소나무  변하지 않는  마음이로다  나는길게노래부르리 푸른물가에앉았다.    푸른물은 나의마음이다 .  건강 하시고  오래오래 도반 으로  함께 행복한 날들을 합장합니다.    원만행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원만행 보살님!~

처음 듣게 된 서산대사님의 #청허가 감사 감사드립니다.
거문고 소나무ㅡ

소싯적에
참 좋아하던 단어입니다.

푸른 물처럼 우리들 마음도 맑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운명하는 날까지
오랜 도반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해탈심 합장

오선주님의 댓글

오선주 작성일

효성이 지극하신 해탈심보살님의 사모곡 (思母曲)을 읽으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그 마음씨에 더하여 지식이 풍부하시고 문장력이 좋으시니
온전히 자당님의 자서전을 꾸며 보세요.
여명을 달리하신 영혼일지라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해탈심게시봉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탈심게시봉사 작성일

존경하는 오선주보살님!~

모자란 글을 읽으시며 눈시울을 적시셨다니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엄마 생전에 밥 한 끼, 용돈 한 푼 드리지 못한 불효녀였습니다.
효성이 지극하시다는 과찬이 저의  양심을 괴롭히고 있지만,
몇 해 전 처음으로 용돈 50만원을 드린 적 있어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안면암에서 밀운행보살님과 함께
두달 남짓 봉사를 하고 받은 보시를
아버지께 엄마 몫으로 상납했던 것이지요.

물론 아버지께도 50만원 잊지 않았었구요.

일평생 엄마에게서 받기만 한 셈이었는데
비록 1/1000이라도 갚을 때의 그 기쁨과 행복감이란 말로는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지식도 형편없이 모자라거니와
문장력이 좋다는 과찬은 금시초문이어서
엄마의 자서전은 감히
꿈꿀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살님의 격려에 힘입어 단 한 장뿐인 엄마의 자서전 메모에
보충 설명이라도 곁들이고 싶은 욕심이 잠시 꿈틀댔지만 거의 역부족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마음으로 엄마에게 효도할 수 있게 해주셔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선주 보살님이시야말로
올 해를 넘기지 마시고
본격적인 자서전 집필에 매진하시길 강력히 부탁드립니다.

<안면암의 살아 계신 전설>로만 남지 마시고
늙어서도 고히 꿈을 간직한 인간들의 로망이 되시길 비옵니다.

                                            나무대원본존 지장보살마하살
                                                  나무약사여래불 해탈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