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암

유학생 희선이 가족의 첫 유럽여행

올해 23살 된 희선이는 한국의 J.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가 독일에 유학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받고, 독일어를 열심히 해서 지금 1년간 이도시의 괴테대학에서 독어학을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다녀간 다른 유학생들과는 달리, 오자마자 처음부터 자기 힘으로 큰 가방을 여러 개 들고 공항에서 하숙집을 혼자서 어렵사리 찾아 갔고, 김치냄새를 풍기면 '실례'라고, 일절 한국음식을 안 먹고 참았다. 그래서인지 이곳생활에 쉽게 익숙해 졌고, 걱정하는 나에게 만날 때마다 “독일이 제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하며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음식, 이태리 파스타음식들을 자주 먹으니, 갑자기 살이 쪄서 바지가 하나도 안 맞아요” 라고 해서, 내가 입던 고무줄바지도 몇 개 빌려 주었다.

아주 침침하고 작은 방과 시설이 안 좋은 싸구려 기숙사에 살면서(1개월에 임대비 30만원, 한국 친구들이 놀러 와서 보곤 그녀가 가여워서 눈물을 흘렸단다) 가끔 집 생각이 나고 된장국이 먹고 싶으면 우리 집에 오곤 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유학생처지에 비싼 꽃을 사들고 오면, 우린 가능한 한 독일문화도 골고루 보여주며 친딸 같이 지냈다. 지난 음력설에는 그녀의 부모님께서는 고맙다며 예쁘고 맛있는 한과를 택배로 보내주셨다. 우린 희선이에게 떡국도 먹게 하고, 약간의 세뱃돈도 주었다. 그녀는 어느새 틈만 있으면 동료들과 함께 외국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한번은 네델란드의 암스텔담에가서 돈과 서류가 든 가방을 몽땅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한 번은 영국에 갔다가 비행기를 놓치고, 아빠의 카드는 결제가 안 되고, 가진 현금이 없어서 공항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단다.

이번겨울방학에 가족들(사업하는 아빠와 엄마, 대학에 갓 들어간 여동생) 이 유럽으로 여행을 온다기에, 우린 아무 생각 없이 늘 하던 대로 우리 미소실을 권했다. 그런데 “신세지면 안된다” 며 그들은 비싼 호텔을 쓰며, 벨기에, 네델란드, 이태리, 불란서, 폴랜드, 독일등을 4주간 여행하고 다녔다. 우린 “우리집에 안 오면 무슨 이유가 있겠지.. 뭐 하지만 약간 불쾌했다. 우리의 성의를 그렇게 무시하고, 겪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거절을 당 했으니까 말이다. 어제 마지막 밤에 그들이 이도시의 사과주와 돼지발목을 구워서 파는 전통음식점 바그너(Wagner) 에 우릴 초대했다. 우린 “ 한국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딱지 맞았어요” 하며 안 온 이유를 물었더니, 그들은 천번 만번 사과를 하며 ”세상에 그런 봉사를 하는 이들이 어디 있어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해 주신다구요.. 이해를 할수 없었어요.“ 하며, 놀라면서 고마워 해 했다.

학창시절에 해부학을 반년 공부했다는 우리 부처신랑은 항상 손님들에게 그러듯이, (부인인 나는 앉아서 얻어만 먹고 심부름만 시킨다) 큰 군고기 덩어리들을 해부해서 각자의 접시에 골고루 담아 주며” 난 운전 을 해야 해요” 하며 사과주도 안 마시면서도 혼자서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며 그들은 그 제서야 안심하는 것 같았다. 사깃꾼들은 아니라고... ( 웃음)

오늘 오후 7시에 떠난다는( 어제까지 이곳 공항 직원들이 돈을 더 달라고 스트라이크를 했는데 운 좋게도 오늘부터 정상으로 비행기가 뜬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호텔에서 기다리는 그들에게 , “아니 후랑크후르트시내를 구경 못했다구?? „ 하더니 그 가족들을 위해 사무실손님들을 다 캔슬시키고 부처신랑은 직접 시내관광가이드를 하러 갔다. 그대신 나는 ”4주동안 고기만 먹고 다녀서 속이 영 불편해요” 라고 하는 그 가족을 위해, 언니가 싸준, 냉동 했던, 귀한 청국장을 꺼내, 묵은 김치와 두부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가족이 처음으로 4주간 보고, 듣고 경험한 유럽의 진짜 모습을 한번 듣고 싶었다. 어제 잠깐 들었는데, 한결같이 ”유럽은 기본적인 법만 지키면 아주 편하게 여행할 수 있고 사람들이 가식이 없고 여유가 있고 돈의 노예들이 아닌 것 같아요” 라며 , 언젠가 한 번 더 와서 우리 미소실에 일단 짐을 풀고, 유럽을 더 자세히 여행하고 싶어요” 라고 했다. '캐이불'을 만드는 화학재료회사의 사장인 아빠는 “인터넷과 전화로 여행 중에도 사업을 계속하며 여행을 할 수 있는 참 좋은 세상이에요.” 라며, 생전처음의 행복한 기족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2012년 3월, 독일의 소양자